이손소식

[경상시론]내 집에서 나이 들기 Aging in Place

2016.09.23
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내 집에서 나이 들기 Aging in Place가정에서 행복한 여생 마무리 위해
방문 진료·재활 서비스 활성화 등
장기계획 세워 국가적 차원 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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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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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지난 8월 중순 무더위가 한창일 때 필자는 스웨덴을 방문하고 왔다. 일주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노인 가정, 요양시설과 병원, 지방자치단체인 쿄뮨, 보건복지청, 치매로 유명한 소피아헬멧센터, 그리고 보장구시설을 둘러보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세계 최상의 복지국가를 실감했다. 책으로 보면서 막연하게 부럽기만 했던 그들의 의료와 복지를 우리에게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세계 최고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의 노인들에게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복지의 최고 목표를 이야기할 때 ‘Aging in place(내 집에서 나이 들기)’라는 말을 한다. 익숙한 환경에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다.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보면 많은 노인들이 질병이나 노환으로 인해 ‘내 집에서 나이 들기’를 못하고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생활한다. 병원에서 마지막 삶을 정리하는 경우도 많다. 과연 집에서 편하게 가족들과 마지막 여정을 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까.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필자는 오랫동안 장기입원하는 노인들을 많이 본다.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퇴원이 가능함에도 집으로 갈 수 없는 노인들도 있다. 그들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전전하게 된다. 퇴원해 익숙한 가정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이같은 사회적 입원이 늘고 있다. 또한 중풍이나 뇌졸중으로 인해 편마비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 입원하는 동안 재활치료를 받고 호전되지만 퇴원을 하게 되면 지속적인 재활이나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결국 상태가 악화돼 다시 입원하는 경우도 많다.

선진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재택서비스를 이용한 자립생활의 유지가 목표다. 즉, 가정에서 혼자 스스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국가와 지역사회가 주거시설과 의료, 복지를 지원한다. 우선 가정에서의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도구, 욕실, 침대, 집구조가 편리하게 개선돼야 한다. 또 위험이나 곤란에 처했을 때 즉각적인 의료나 복지가 지원되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시설 개조와 지속적 지원을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지만 이번 방문에서 확인한 스웨덴은 방문진료나 방문재활, 지역사회중심의 복지서비스 활성화 등을 통해 노인들이 익숙한 가정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하고 있었다. 일본의 경우도 병원치료 후 가정복귀 시 집구조 개선, 방문진료, 방문재활을 시행하고 있다.

가정복귀라는 것이 그냥 퇴원해서 혼자서 알아서 살아라는 것이 아니다. 자립에 불편하지 않도록 철저한 배려와 시설 개선이 뒤따라야 가정복귀가 가능하다. “나이가 들어도 병이 있어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스웨덴 보건복지청의 한 관료의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복지가 정책 위주라면, 스웨덴은 한 사람의 인격과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하고 존중해 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익숙한 가정에로의 복귀, 익숙한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은 정말 필요하다. 그러나 그냥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투자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당장 효과가 나지 않는 먼 미래에 대한 투자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특히 정치인들이 그렇고 관료들이 그렇다. 내가 그 자리에 있을 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한 제도를 정착하기 위해 최소한 10년 이상의 장기간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노인은 모든 사람들의 미래다. 익숙한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행복한 여생을 보내려면 지금부터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가 진행돼야 가능하다. 국가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개개인 스스로도 노후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국가만 믿고 있기에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인가?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